5 분 소요

시스코(Cisco)가 전 세계 약 9만 명의 직원 모두에게 개인 맞춤형 AI 에이전트인 ‘마이에이전트(MyAgent)’를 배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6년 8월 27일 「Cisco Gave All 90,000 Employees Their Own AI Agent」(https://www.wsj.com/cio-journal/cisco-gave-all-90-000-employees-their-own-ai-agent-1a4ad8bc)라는 기사에서 이를 대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규모의 AI 에이전트 도입 사례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이번 발표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9만 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시스코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기존의 생성형 AI 챗봇을 하나 더 추가한 수준이 아니라, 사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연결하고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개인 AI 에이전트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은 주로 질문과 답변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직원이 문서를 넣으면 AI가 요약하고,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 달라고 하면 문장을 만들어주고, 데이터를 입력하면 분석 결과를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MyAgent가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사용자가 하나의 목표를 전달하면 AI가 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나누고, 여러 사내 시스템을 오가며 일을 처리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이번 주 고객 미팅과 관련된 이메일을 정리하고 최근 시장 동향을 조사해 회의 준비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기존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이메일, 일정, 문서, 시장 자료를 각각 찾아 AI에게 제공해야 했다. MyAgent에서는 에이전트가 Outlook, Webex, Jira, SharePoint 같은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결돼 필요한 정보를 찾고 업무 흐름을 구성한다. Cisco는 이를 사람이 목표와 맥락을 지정하고 AI가 감독된 자율 워크플로를 수행하는 구조로 설명한다.

이 변화는 기업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성형 AI의 중심이 프롬프트에 답변하는 방식이었다면,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여러 작업을 실행해 결과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MyAgent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특정 파운데이션 모델 하나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은 AI를 도입할 때 GPT를 사용할지, Claude를 사용할지, Gemini를 사용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그러나 시스코는 여러 모델과 내부 AI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는 멀티 모델 구조를 선택했다. 직원은 어떤 모델을 사용할지 매번 판단할 필요가 없고, 플랫폼이 업무 성격과 비용, 보안 정책에 따라 적합한 모델이나 에이전트를 선택한다.

이런 구조는 앞으로 기업 AI 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관심이 더 이상 어떤 AI 모델이 가장 뛰어난가라는 질문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모델을 어떻게 조합하고, 업무별로 어떤 모델을 선택하며, 비용과 보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AI 에이전트 운영에서는 비용 문제도 중요하다. 직원 수백 명이 AI를 사용하는 환경과 9만 명의 직원이 하루 종일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일반 챗봇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질문에 한 번 답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데이터를 찾고, 다른 에이전트를 호출하고, 여러 시스템에서 정보를 가져오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WSJ은 시스코가 자체 데이터센터의 GPU와 모델 라우팅 기술, Splunk 기반의 토큰 사용량 추적 등을 활용해 AI 비용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요청을 가장 비싼 파운데이션 모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난이도와 특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기업 AI 운영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기존의 기업 IT에서는 서버, CPU,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용량이 주요 비용 관리 대상이었다. 이제 AI 환경에서는 여기에 GPU 사용량과 토큰 소비량, 컨텍스트 길이, 에이전트 호출 횟수까지 새로운 비용 항목으로 추가되고 있다. 앞으로는 토큰 경제성(Token Economics)이 기업 AI 운영의 핵심 지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보안 문제 역시 훨씬 중요해진다. 챗봇이 잘못된 답변을 생성하는 것과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이메일을 보내거나 Jira 티켓을 변경하거나 중요한 기업 데이터를 다른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것은 위험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시스코는 MyAgent에 강력한 접근 제어와 정책 관리를 적용하고 있다. 승인된 모델과 승인된 데이터 경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AI가 어떤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지 사람과 기업 정책이 통제하도록 설계했다. 시스코는 이런 접근 방식을 Human-in-Contro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보안은 단순히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문제를 넘어 AI의 행동 자체를 관리하는 문제로 확대된다. 누가 AI에게 명령했는지, AI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어떤 작업을 실행했는지, 그리고 그 작업이 기업 정책에 맞는지를 모두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기업 AI 보안에서는 아이덴티티, 정책, 옵저버빌리티가 동시에 중요해진다. MyAgent의 또 다른 특징은 지속형 메모리(Persistent Memory)다. 일반적인 AI 챗봇은 새로운 세션을 시작할 때마다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선호도와 업무 맥락, 과거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기억한다면 AI의 역할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의 AI 에이전트라면 어떤 고객을 담당하고 있는지, 최근 어떤 미팅을 진행했는지, 고객이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였는지, 어떤 형식의 보고서를 선호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 흐름을 이해하는 디지털 업무 파트너에 가까워진다.

Cisco는 이를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AI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일하는 환경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MyAgent의 구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러 전문 에이전트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영업, HR, 개발, 마케팅, 재무, 보안 등 각 부서마다 별도의 AI 에이전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어떤 에이전트에게 맡겨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MyAgent는 이런 문제를 하나의 슈퍼 에이전트 형태로 해결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는 필요한 일을 자연어로 설명하고, 내부적으로 어떤 전문 에이전트를 호출해야 하는지는 시스템이 판단한다. 이 구조가 발전하면 사용자는 수십 개의 AI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선택할 필요 없이 하나의 AI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Cisco가 9만 명을 대상으로 MyAgent를 배포한 이유도 단순한 내부 생산성 향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시스코는 자사 조직 전체를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AI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를 실제 기업 환경에서 운영하면서 보안, 네트워크, 옵저버빌리티, 모델 라우팅,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비용 관리, 거버넌스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험은 향후 시스코의 AI 인프라와 보안, 네트워크 제품 전략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시스코가 먼저 자사의 대규모 조직에서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결국 시스코가 시스코의 첫 번째 대규모 AI 고객이 된 셈이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생성형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자체에서 기업 운영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AI 산업의 관심은 GPT, Claude, Gemini, Llama, DeepSeek처럼 어떤 모델이 더 뛰어난가에 집중됐다. 그러나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단순히 가장 성능이 좋은 모델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러 모델을 연결하고, 업무에 따라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며, 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통제하고, 토큰과 GPU 비용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여기에 보안, 거버넌스, 옵저버빌리티까지 통합되어야 비로소 기업 규모의 AI 시스템이 완성된다.

시스코가 전 직원 9만 명에게 MyAgent를 배포했다는 뉴스는 그래서 단순한 사내 AI 도입 사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업 AI의 중심이 AI에게 질문하는 것에서 AI에게 일을 맡기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PC와 이메일 계정이 직원에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업무 도구가 된 것처럼 앞으로는 개인 AI 에이전트 역시 기업 IT 환경의 기본 구성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직원 한 명당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배정되고, 그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이해하면서 수많은 전문 AI와 기업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시스코의 9만 개 MyAgent는 이런 변화가 더 이상 개념 검증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대기업 운영 환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용 AI의 다음 단계는 더 똑똑한 챗봇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실행하는 개인 AI 에이전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참고 자료

댓글남기기